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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육화상은 자기가 자기 자신의 소행을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는 모양이었다. 대답할 말이 없

어서 한동안 너털웃음만 치더니, 가까스로 정색을 하면서도 역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

며 솔직히 대꾸했다.”허허허! 헛! 헛! 소림파의 영도자이신 형께서 이 화상을 그렇게 추켜 세워

주시면‥‥‥ 사실 나 같은 화상이야 일찌감치 불문에서 추방해 버리시는 게 좋을 것이오!”명원상

인은 끝까지 점잖게 말했다.”형, 그건 너무 겸손의 말씀이시오!”바로 이때, 매소천과 제일명이 다

시 선방 안으로 들어섰다.주육화상은 아직도 노여움이 풀리지 않았으나, 명원상인의 앞에서 그

이상 따따부따 말다툼을 할 수도 없었다.매소천이 눈치 빠르게 두 손을 맞잡아 흔들며 미안하

다는 의사를 표시했다.”화상 친구! 화내지 말게! 내일 우리가 진짜 냉매 선자의 천일취 천하

명주를 한 주전자 선사하면 되잖겠나?”주육화상이 벌컥 소리를 질렀다.”그따위 술은 안 마셔!

제일명이 빈정대는 말투로 말했다.”이건 천지가 개벽할 만큼 기막히는 소식인걸! 주육화상

이 좋은 술을 마시지 않겠단 말은 일찍이 들어 본 일이 없었는데‥‥‥‥”주육화상은

괴상하게 생긴 눈을 마구 두리번거렸다.”흥! 자네들 두 파(派)의 위대하신 영도자라고 뽐내시

는 자네들 둘이 내일까지 목숨이 붙어 있을 성싶은가?”매소천이 코웃음을 쳤다.”흥! 우리들

이 없다면 화상 친구, 자네는 천일취라는 천하 명주를 어디서 맛볼 수 있다는 건가? 또 우

리들의 목숨이 내일까지 붙어 나지 못한다면, 화상 친구의 목숨도 내일은 없어질 걸세!”

명원상인이 또 불호(佛號)를 외면서 말했다.”나무 아미타불! 세 분! 농담들일랑 이제 그만

두시오! 우리, 앞으로 닥쳐올 문제나 진지하게 상의합시다!”매소천이 대뜸 정색을 하고 물

었다.”화상 친구! 자네는 어디서 이리로 왔나?”주육화상은 아직도 못마땅하다는 말투였다.

“온 데서 왔지, 어디서 오다니?”명원상인이 주육화상의 아픈 데를 찌르는 가장 근사한 말

을 했다.”나무 아미타불! 사람이 온 데를 알면 갈 데를 알 수 있다 했고, 천 겹으로 연꽃을

씨 뿌려 놓으면 만 갈래에서 열매를 딸 수 있다 했으니 형이야 말로 중생을 괴로움에서

해탈시킬 수 있는 분이니, 정말 수상의 공덕(功德)이 아닐 수 없소!”이상한 일이었다.

주육화상도 명원상인 앞에서는 꼼짝 못하고, 자못 엄숙한 표정을 하며 합장하고 불호

외었다.”나무 아미타불! 그런 일에 대해서 미력이나마 힘이 되 볼까하고 여기까지 온

것이오!”명원상인이 그 틈을 타서 얼른 말했다.”그렇다면 어서 이리 앉으시오. 두 파의

영도자들도 어서 자리잡아 앉으시구‥‥‥””아! 그런데 말일세‥‥‥‥”주육화상이 별안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