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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아직 멀었소! 당신네들은 좀더 기다려야 할 것이오!”무뚝뚝하고 통명스럽게 던지는 싸늘

한 음성이 ‘기다려야 할 것이오.’하는 말에 와서는 더한층 억양이 높아졌다. 일부러 세 파(派)의

영도자들을 한 번 깔보자는 태도 같기도 했다. 또 한편으로는, 천하제일방의 방주는 이미 무예

계의 맹주(盟主)격이 되었으니까, 다른 문파의 영도자쯤은 누구나 응당 그가 왕림할 때까지 기

다려야 한다는 듯한 오만한 말투이기도 했다.명원상인은 어디까지나 도를 닦은 훌륭한 고승(高

僧)이었다. 상대방의 태도가 오만 불손함을 간파하고도 안색이 털끝만큼도 변함이 없이, 그저

담담한 미소가 입가를 스쳐 나갈 뿐이었다.주육화상이 다 떨어진 신짝을 질질 끌면서 몸을 비

틀비틀 서너 걸음을 앞으로 나서서, 일견사 허비에게 손가락을 휘두르며 입이 찢어지도록 소리

없이 웃었다.”송장같이 생긴 친구! 우리는 또 만나게 되었군! 이 많은 사람들은 그대의 방주를

기다리고 있지만, 이 화상은 그대를 기다리고 있었단 말이야!”일견사 허비는 피부를 억지로 잡

아당기는 듯, 쓰디쓴 웃음을 입가에 띠고 코웃음을 쳤다.”흐흥! 저승으로 갈 길이 눈앞에 뵈는

데, 그대가 빠져서야 될 말인가?”주육화상이 이죽이죽 시치미를 뚝 떼고 대꾸했다.”그것 참 잘

됐군! 송장같이 생긴 친구! 사람을 보기만 하면 잘 죽인다는 친구! 우리는 피차간에 연분이 있

모양이지? 하지만 나는 남들이 마시고 가라는 냉매선자의 천일취라는 천하 명주를 아직도 다

마시지 못했거든! 우리 이렇게 하기로 하지! 그대가 내 심부름 좀 해주는 셈 치고, 먼저 저승길

에 가서 귀문관(鬼門關)에 연락을 취해 주면 어떨까? 나는 술이나 실컷 마시고 나중에 천천히

뒤쫓아갈 테니!”일견사 허비의 얼굴에는 보는 사람의 간담이 싸늘해질 만큼 매서운 살기가 등

등해졌다. 눈매가 칼끝처럼 날카로워졌다. 싸늘한 시선이 주육화상의 얼굴에 화살처럼 꽂혔다.

“이봐! 화상친구! 함부로 주둥이를 놀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대들이 아무리 저승길로 가기 싫

어도, 어쩔 수 없게 되면 가야만 되기 마련이니까‥‥‥‥””호호호호! 호호호‥‥‥‥”주육화상의 바로

옆에서 여자의 호들갑스런 웃음소만빙여 아가씨가 어느 틈엔지 앞으로 썩 나섰다. 활짝 핀 꽃

송이처럼 화사한 미소를 띠고 일견사 허비를 유심히 바라다봤다.”이봐요! 당신은 말을 똑똑히

해야 돼요! 방금 그대들이라고 했는데, 그 석 자 가운데는 이 아가씨도 한몫 끼어 있는 건가?

일견사 허비는 이렇게 대담한 말을 하면서 나서는 아가씨가 누군지 알 까닭이 없었다. 그러

나 세 파(派)의 영도자들과 주육화상과 동행해서 왔다는 사실로 미루어서, 무술 실력이나 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