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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빌어먹을 주인 여편네도 어지간히 게으름뱅이로군. 아가씨를 좀 잘 돌봐 달라구 했더

니 방안에 등잔불 하나도 밝혀 놓지 않았으니.”그러고 나서 언성을 높여 고함을 질렀다.

“손이랑(孫二娘)! 손이랑!”백면무상이 연거푸 소리를 질렸건만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그는 비칠비칠하며 침상 앞까지 걸어왔다.휘장을 반쯤 걷고 손을 집어 넣어 더듬

더듬했다. 한 여자의 매끄럽고 반드러운 허리채가 침상 위에 누워 있었다.백면무상은 그

매끄럽고 반질반질한 여자의 육체를 슬금슬금 쓰다듬고 있는 순간, 야수와 같은 정욕이

불길처럼 치밀어 올랐다. 흐뭇하고 통쾌해서 혼자 웃고 혼자 중얼댔다.”핫! 핫! 핫! 앙큼

스런 계집애로구나. 뭣이 그렇게 조급해서 잔뜩 토라졌단 말이냐?”옷을 벗고 허리띠를

풀며 또 혼자 중얼댔다.”좋아. 이 백면무상도 체면이 있지. 또 네가 처녀의 몸으로 몹시

부끄러워할 줄도 잘 안다. 그래서 저 방바닥에 나자빠져 있는 녀석에게는 우리의 신바

람 나는 장면을 보여 주지는 않겠다. 너를 그렇게 괴롭힐 수 있겠느냐?”그는 단숨에

침상 위로 뛰어 올라갔다.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여자의 보드라운 육체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석고 조각같이 말쑥하게 빛나고 있었다.다음 순간, 출렁대는 물결처럼

요란스럽게 흔들리는 침상 소리, 그리고 침상에 둘러친 휘장까지 바람에 나부끼듯 흔들흔

들했다.씨근! 씨근!짐승이 씨근거리는 것 같은 거친 호흡 소리가 점점 높아 갔다.그런데 전

혀 상상도 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백면무상의 흥분의 도수가 급속도로 올라가고 있

는 순간, 이상하게도 갑자기 방안의 등잔 불빛이 활짝 밝아졌다. 침상머리 상위에 놓여

있던 기름등잔에 불이 밝혀진 것이었다.백면무상은 대경 실색할 수밖에‥‥‥‥홱!고개를 돌

이켜 봤다. 침상 휘장 밖에 우뚝 서 있는 사람의 그림자를 확인하는 순간, 백면무상은 거

나하게 취했던 술기운이 단숨에 오싹 깨 버렸다. 그 보드랍고 탐스러운 여자의 육체에 대

한 짐승 같은 욕정도 폭삭 까부라지고 말았다.두 눈이 어둠 속에서 휘둥그래지면서 몸을

훌쩍 뒤집었다. 전신은 활처럼 꾸부러지고 의복도 손에 집어들 겨를이 없이 침상 위에서

곧장 방문 앞으로 몸을 날렸다.방안에 서 있는 그림자는 어떤 여자였다. 그 여자는 싸늘한

음성으로 코웃음을 쳤다.”흐흥! 그래도 뺑소니칠 생각이 나는가?”음성과 함께 그 여자의

그림자가 번쩍하고 움직여졌다. 매끈한 다섯 손가락을 번쩍 쳐들었다.철썩!요란한 소리

를 내면서 백면무상은 당장 방바닥에 나자빠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