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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번쩍 쳐들었다.참다못해서 이렇게 말했다.”빨리 해요! 우리는 살아서 나가야 돼! 무슨 일

이 있어도 살아서 나가야 돼! 나는 그대를 위해서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나를 위해서 해야

할 일이?”소세옥은 다소 어리둥절했다. 매약화 아가씨가 하는 말이 뭣을 의미하는 말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매약화 아가씨는 풀이 죽은 음성으로 조용히 말했다.”아우님은 아직도 나

이가 어려! 무예계란 복잡 다단하고 속임수가 많고, 이 세상이란 마굴속 같이 위험한 곳이야

! 나는 그대를 데리고 악당의 무리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고 말 테야! 천하제일방 같은 놈들

말이야!”매약화 아가씨는 소세옥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고, 또 소세옥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독백을 하는 배우같이 혼자서 중얼대는 것이었다.”우리는 힘을 합쳐서 소원(邵園)을 재건

해야만 돼! 그리고 소원의 왕년의 번영과 그대의 부친 추운검객의 명성과 위엄을 회복시켜야만

돼! 그래서 무예계의 모든 문파 사람들이 그대를 존경하게 되고, 정말로 그대가 천하의 제일인

자가 되어서 무예계를 독보(獨步)해야만 돼!”한참 쉬었다가 아가씨는 다시 말을 계속했다.”그

소세옥은 매약화 아가씨가 뭣 때문에 별안간 이런 말을 하는지 까닭을 알 수 없었다.내심 생

각했다.’죽을지 살지도 모르는 이 위험한 판에 아가씨는 어째서 이런 당치도 않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그러나 매약화 아가씨의 행복과 희망이 가득 찬 빛나는 눈동자와 입가에 떠도

는 만족이 넘치는 미소를 발견했을 때, 소세옥은 차마이 아가씨의 아름답게 부풀어 오른 동

경을 무자비하게 짓밟아 버릴 수는 없었다.소세옥은 비록 나이는 젊다고 하지만, 근심, 걱정

과 학대의 역경 속에서 자라났다. 쓰라리고 눈물겨운 환경 속에서 너무나 오랜 세월을 시달

린 청년인 까닭에, 같은 또래의 젊은이들보다는 인정과 세상에 대한 이해력이 풍부했다.

여자란 누구나 자기가 그려 낸 한 폭의 인생의 원경(遠景)을 가장 사랑한다.’여자로서 가장

찬란한 청춘 시절을 허송 세월한 매약화 아가씨는, 쓸쓸하고 허전하고 외로운 마음을 부둥

켜 안고 고독한 세월을 살아왔을 것이다. 그것은 아가씨로 하여금 인생에 대한 모든 희망을

상실케 했을 것이다. 얼마나 여러 번 몽매 중에서도 이런 희망을 추구했을 것이냐! 이제 갑

자기 뜻밖에도 오렛동안 갈구하여 마지않던 그 희망이란 것을 눈앞에 보고 있으니, 어찌 꿈

에 도취한 사람처럼 잠꼬대 같은 소리를 중얼대지 않고 견딜 수 있을 것이랴! 한 여인의

아름다운 환상을 짓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