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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끝을 맺지 못한 채, 명원방장의 눈초리는 성수신검 정기봉의 얼굴을 훑어 나갔고, 아래위 입술이

약간 떨렸다. 무슨 말인지 계속하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아 버린다는 표정 같았다.매소천이 또 서

지 않고 다음 말을 했다.”소림파는 무예계의 정종(正宗)을 지켜 나가는 중추가 되는 문파요! 의리상

그러실 수 없다고 생각하오!”무당파의 영도자 제일명도 맞장구를 치며 나섰다.”무예계 여러 문파의

생사와 존망이라는 중대한 문제를 위해서도, 이번 일은 명원방장님께서 주관해 주셔야 될 줄 아오!

우리 무당파로서는 전심 전력을 다해서 이에 가담할 것이고, 지시가 있으시는 대로 전원을 총동원

파견할 용의를 갖추고 있소!”점창파의 신후 학거비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옳소! 옳

소! 이 학거비는 죽는다 해도 아무런 유한이 없소!”성수신검 정기봉이 돌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

며 입가에 미소를 띠고 정중하게 말했다.”명원방장께서는 여러 사람들의 소망이 일치하였으니 굳

이 사양하실 것은 없는 줄 아오! 핫핫핫!”그의 말은 우렁찬 웃음소리로 끝을 맺었다.명원방장이 종

소리가 울리듯 요란스럽고 쨍쨍한 음성으로 대꾸했다.”현재의 정세를 여러모로 살펴볼 때, 역시

정 장주(丁莊主)께서 주관하심이 가장 타당하다고 생각하오!”정기봉은 빙그레 웃었다.”이 정기봉

이 어찌 그런 중대한 임무를 맡을 수 있겠소? 또 이번 사건으로 말하자면, 응당 육대 문파가 위주

가 되는 일이고 보니, 이 정기봉은 단지 날개가 되고 꼬리가 되는 입장에서 여러분을 따르는 것

만도 영광이요, 다행으로 아는 바이오! 명원방장께서는 덕망이 가장 높으신 분이니 조금도 사양

하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오! 핫핫핫!”그는 시종 껄껄대고 웃었다.명원방장은 심각한 표정을 하

고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침통하게 말했다.”정 그렇다면, 이 노승은 나이 몇 살을 더 먹었다는 까

닭으로‥‥ 또 여러분께서 이렇게까지 대접을 해주시니 어쩔 수 없이 여러분이하라는 대로 복종

하겠소!”대전 안에는 오랜 침묵이 감돌고 있었다.홀연, 대웅전 문앞으로 중년의 화상 한 사람이

점잖게 걸어왔다.그는 두 손으로 뭣인지 찬란한 금빛이 번쩍번쩍하는 물건을 조심스럽게 떠받들

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심히 황송스럽다는 듯, 쭈뼛쭈뼛하는 태도로 대전 문밖에서 걸음을 멈

추었다.아마, 명원방장의 명령 때문인 모양이었다. – 소림파의 제이대 제자 이하의 인원들은 함부

로 들어오지 말라는.그렇기 때문에 이 중년의 화상은 대전 문 앞에서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뭣에

가로막힌 사람처럼 주춤하고 선 채 발을 더 앞으로 내디디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의 심

상치 않은 표정은 뭣인지 호소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틀림없이 무슨 중대한 사건이 발생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