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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려보며 떨려 나오는 음성으로 말끝을 맺지 못했다.”아, 아우님하고‥‥‥ 저, 저, 아가씨

하고는 무슨 관계‥‥‥ ?”소세옥은 또 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방금 말하지 않았소? 아가

씨의 할아버지 되는 분이 다짜고짜로 자기 맘대로 한 가지 일을 작정해 버렸다구. 아, 그

거 참! 그 비렁뱅이 같은 화상이 무슨 꿍꿍이속인지 엄벙뚱땅하고 괴상한 짓을 해 놓았

기 때문에 ‥‥‥”매약화 아가씨의 모든 찬란하던 희망은 갑자기 일종의 환멸로 변하고 말았

다. 마치 전신에 차디찬 냉수를 뒤집어쓴 것 같은 심정이었다.얼굴빛이 백지장처럼 창백

해졌다.어디서 생기는 힘인지 자신도 모르면서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켜 뒤도 돌아다보

지 않고 저편 바윗돌 뒤로 줄달음을 쳐 버리는 것이었다.만빙여 아가씨가 너무 가까운 거

리에 있었기 때문에, 소세옥은 매약화 아가씨의 행동을 가로막으러 나설 수가 없었다. 그

가 몸을 천천히 일으켜 저편 큼직한 바윗돌 뒤로 쫓아갔을 때에는, 땅거미가 다가드는

슴푸레한 시야에서 매약화 아가씨의 그림자는 이미 찾아낼 수 없었다. 사방을 휘둘러 보

니 잡초가 무성해 있고, 울퉁불퉁 바윗돌들이 함부로 나둥그러져 있을 뿐이었다.매약화

아가씨는 어디로 달아나 버린 것일까? 그렇잖으면, 잡초와 바윗돌 틈에 아직도 몸을 숨

기고 있는 것일까?소세옥은 혼자서 추측했다.’매약화 아가씨는 전신의 맥이 빠져서 힘이

라고는 쓰지 못하는데, 이렇게 빨리 달아날 수는 없을 것이다. 틀림없이 어딘지 무성한

잡초와 바윗돌 틈바구니에 숨어 있을 것이다!’이리저리 매약화 아가씨를 찾아볼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홀연 만빙여 아가씨의 말소리가 또 들려 왔다.”좋아! 네놈의 말이 사실이

라면, 나는 그들을 죽여 버리고 말 테야! 흥! 이 만빙여라는 계집애가 그렇게 호락호락

남에게 속아 넘어가지는 않을걸!”소세옥은 천야 만야한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는 것

같은 심정이었다.혼자서 또 생각했다.’이건 정말 난처하게 되었는데! 만빙여 아가씨는 무

슨 짓이나 제멋대로 해치우는 여자인데! 나를 대면만 하게 되는 순간에는 불문곡직하고

덤벼들 모양이니, 내가 죽는다는 것쯤은 대단한 일이 아니라손 치더라도, 매약화 아가

씨야 무슨 죄가 있다구? 억울하게 죽어서 땅속에서도 눈을 감을 수 없게 되겠는걸!’

검은 옷의 사나이가 또 너털웃음을 치면서 말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핫! 핫! 핫! 그렇

다면 네년이 가서 똑똑히 봐 두어라! 지금쯤 두 연놈들은 십중 팔구 으스러지도록 서

로 껴 안고 드러누워서 온갖 재미를 다 보느라고 정신이 없을 것이다.”갑자기 쿵, 하

는 요란한 소리가 들려 왔다. 만빙여 아가씨가 발로 땅바닥을 힘껏 내리치면서 악을

쓰는 것이었다.”네놈은 먼저 뺑소니쳐서는 안 된다! 만약에 그 청년이 이 동굴 속에 없

다면 나는 네놈을 그대로 용서할 수는 없다!”검은 옷을 입은 복면의 사나이는 시종

여일 통쾌한 웃음소리를 터뜨렸다.”허허허! 헛! 헛! 빨리 동글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