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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성을 내며 갑자기 옆구리를 때리자 초일은 그녀의 돌발적인 주먹을 그대로

맞고 말았다. 하지만 오히려 천여랑은 주먹을 흔들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미 대비하

고 있었던 것이다. 초일이 그런 모습으로 미소를 짓자 천여랑은 약이 올랐는지 ‘흥!’

소리와 함께 초일의 발등을 무자비하게 밟았다. 초일의 인상이 약간 찌푸려졌다. 아

무리 단련이 된 몸이라도 발등은 직격으로 내려오는 충격을 견디기엔 약한 부위였

기 때문이다. 초일의 눈썹이 꿈틀대자 만족했는지 환하게 미소를 짓던 천여랑은 옆

에 어느새 나타났는지 꼭 붙어 있는 남녀의 모습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이

렇게 사람이 둔할 수가 있는 건가?’ 초일은 갑자기 나타난 남녀의 모습을 유심히 살

폈다. 남자는 자신과 비슷한 나이로 굉장히 잘생긴 얼굴이었다. 옷도 비단 금의로 멋

이 있어 보였다. 거기다 허리에 금으로 치장한 검집과 섭선을 들고 있으니 누구나 눈

길을 줄 만한 분위기를 뿌리고 있었다. 여자는 미인이라면 미인이라고 할 수 있는 용

모를 가지고 있었다. 옷도 비단 화의로 부잣집 딸이라는 것은 금방 알 수 있었다. 하

지만 그런 것으로 초일의 관심을 끌지는 못한다. 그가 관심을 가진 이유는 무공을

익힌 사람이라는 것이다. 여자는 그냥 호신으로 익힌 정도지만 남자는 장찬만큼이

나 강한 기를 흘리고 있었다. 천여랑이 흥미가 사라졌는지 아니면 다 구경을 했는

지 앞으로 걸어갔다. 그 뒤를 따르던 초일은 그 남자의 눈빛이 천여랑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색마(色魔) 가형(賈形)은 구마 중의 한 사람으로 이

미 나이가 육십이 넘은 노마두이다. 그는 오랜만에 동생인 귀마를 보기 위해 귀왕곡으

로 향하다, 이곳 태원의 권가보에 두 명의 딸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그의 음명장(陰明

掌)에 근원이 되는 음명신공을 위해 권가보의 딸을 꼬신 것이다. 그의 용모는 누가

보아도 반할 정도로 잘생겼다. 그러하기에 얼굴로 못 꼬실 여자가 없었다. 권가보의

둘째 딸도 그의 용모와 달콤한 언변에 넘어가 그를 따라 쌍탑사까지 갔으며 오늘

밤 그와 이미 서늘한 밤 공기를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산서성은 성의 앞에 산이 들

어가듯 이름 모를 산들이 주위에 널려 있었다. 산중에서 여자와 밤을 보내는 것은

가형에게 정말 색다른 취미였고 침대에서 보내는 것보다 즐거웠다. 하지만 가형은

권가보의 여자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 낮에 쌍탑사에서 본 천여랑을 생각하

고 있었다. 무림의 여자들이 보통 여자들보다 예쁘고 늘씬한 것은 적당한 운동을

하기 때문이다. 무공 수련이라는 명목으로 하는 운동은 여자의 몸을 정말 반하게

만들어 준다. 권가보의 딸도 늘씬한 몸이었으나 이미 머릿속에 다른 여자가 들어

가 있는 가형에게는 그저 지겨울 뿐이다. 가형은 싫증이 났다는 표정으로 한참

열을 발산하던 그녀의 혈도를 짚고 등에 메었다. 갑자기 가형이 그만두자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