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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디로 가는 거지?”청해를 지나 장안으로 들어서자 초일은 다물었던 입

을 열었다. 그동안에 천여랑은 장찬과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어도 초일과

는 대화가 없었다.천여랑의 생각은 낭인이 아무리 고수라고 해도 어차피 무림에

서 삼류이기에 무시했던 것이다. 거기다 초일의 나이가 자신보다 많아 봐야 한두

살 차이이니 천왕성에서 언제나 존대를 받고 살아온 그녀가 낭인을 삼류 잡배로 보

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초일이 묻자 천여랑은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

.”귀왕곡(鬼王谷).”초일의 물음에 짧게 말하는 그녀였다. 초일은 그 이상 묻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더 이상 알고 싶지도 않았고 저 여자와는 말도 하기 싫었던 것

이다.장찬은 이미 어디로 가는지 알기에 고개만 끄덕였다. 하지만 그도 아직은 그

곳에 왜 가는지 몰랐다. 장찬의 성격 역시 남이 말하기 전에는 묻지 않는 성격이라

그곳에 가는 이유 같은 것은 묻지도 않았다.천여랑은 본시 쾌활하고 말이 많은 성

격이나 과묵하고 말없는 장찬, 초일과 동행하면서 굉장히 답답했다. 초일은 말을 걸

지 말라니까 진짜 말을 걸지 않았고 무표정한 얼굴이 변한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

었다. 장찬은 가끔 자신이 말을 걸지만 그것에 대한 대답만 할 뿐 더 이상 말이 없었

다.그렇다고 천왕성의 여러 장로들처럼 자신을 친자식처럼 생각해서 자신을 귀여워

해 주는 것도 아니었다. 말을 해서 질문을 해도 언제나 간략한 대답만 들었다. 그러

니 그녀로서는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초일이 질문의 대답만 듣고 가만히 앞만 보고

걷자 스스로 짜증이 났는지 초일에게 짜증이 섞인 소리로 말했다.”왜 가는지 궁금

하지도 않아?”초일은 그렇게 톡 쏘는 목소리로 천여랑이 말하자 그녀를 바라보았다

. 천여랑은 그의 표정이 무표정하자 더욱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귀왕곡은 어디에 있

는지 알아?””산서성 관잠산(管岑山).””그럼 여기서 천릿길이라는 것도 알겠네?”초일

이 고개를 끄덕이자 천여랑이 말했다.”내가 말 걸지 말라니까, 남자가 쪼잔하게 삐친

거지?”그녀의 말에 장찬이 대소를 터트렸다. 천여랑은 그런 장찬을 한번 보고 다시 초

일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무표정했다. 지금까지 만난 남자들은 자신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온갖 감언이설로 자신을 칭찬했다. 그리고 먼저 말을 걸었지 자신이

이렇게 답답해서 말한 것은 처음이었다.”난 낭인이야, 주인이 나를 사면 묻지 않는

다.””뭐야? 그럼 주인에게 반말하는 것은 뭔데?”초일의 말에 천여랑이 물었다. 초

일은 그녀를 보고는 다시 말했다.”난 나보다 어리면 존대하지 않아.”그 말에 천여랑

의 얼굴이 찌그러지자 장찬이 다시 키득거렸다. 사실 그녀의 얼굴은 미인은 아니나

보기 드문 귀여운 얼굴이었다. 마치 아기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