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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퇴를 되풀이하면서 마치 번갯불이 쉴 새 없이 번쩍이듯, 칼을 휘두르는 사람의 그림자를 똑바로

분간해 내기 어려울 지경이었다.강주 아가씨는 옆으로 비켜 서서 구경만 하면서 이따금 고개를

끄덕끄덕했다.비단, 매약화 아가씨가 검술에 조예가 깊은 점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을 뿐더러, 백

봉 주영의 이천검술 또한 검술 중에서 드물게 보는 탁월한 수법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

여자들의 칼을 쓰는 품이나 재간을 냉정히 비교해 볼 때, 백중지세(伯仲之勢)로 어떤 편도 만만치

않으니, 적어도 백 합(合)이내의 대결을 가지고는 도저히 승부를 판가름할 수 없으리라는 판단을

내렸다.비운은 입술을 쫑긋쫑긋하면서 소리 없이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강주 아가씨가 톡 쏴 주

었다.”이 못된 년아! 너는 남들은 싸움을 붙여 놓고 뭣이 기뻐서 생글생글 웃고 있다는 거냐?”

비운은 한쪽 눈을 찡긋찡긋, 잠자코 있으라는 암시를 보내며 뾰족한 코끝을 들먹들먹, 신바람

이 난다는 듯이 웃으면서 쫑알댔다.”저 여자가 너무나 뻐기고 으스대는 꼴을 보셨죠? 아가씨가

말을 하셨는데도 거들떠보지도 않고‥‥‥ 제년이 무슨 천하를 뒤엎을 기막힌 무술 재간이라도 지

니고 있다는 것처럼 ‥‥‥ 저 따위 여자는 한 번 임자를 만나서 혼이 단단히 나 봐야 정신이 바로

잡힐 거예요.”강주 아가씨는 더한층 언성이 날카로워졌다.”얘! 이년아! 나중에 저 여자가, 만약

네년이 쏘삭쏘삭 충동을 시켜서 싸움이 붙게 되었다고, 네년과 사생 결단을 하자고 덤비게되면

어쩔 작정이냐?”비운은 그까짓 게 무슨 대단한 일이냐는 듯, 혓바닥을 날름하고 내 보였다.”저까

짓 여자 하나쯤 제가 무서워할 줄 아세요? 정말 저한테 덤벼든다면, 대가리를 땅에다 틀어 박

고 벌벌 기어 가게 만들어 버릴 테니까요!”강주 아가씨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으며,

여전히 호되게 꾸지람을 했다.”이년아! 너는 너무 짓궂게 굴어서 탈이야! 앞으로 저 만빙여 아

가씨만은 특별히 조심해야 된다. 그 아가씨한테도 버르장머리없이 굴다가는 단단히 혼이 날

줄 알아야 해!”강주 아가씨와 비운이 이런 말을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는 동안에, 한길 옆에서

치열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매약화 아가씨와 백봉 주영은 이미 이십여 합을 대결했다.매약화

아가씨는 이때, 월사한강(月射寒江)이라는 수법을 발휘해서 칼끝을 좌우 양편으로 쉴 새 없이

빙글빙글 돌려서 동그라미를 그렸다. 수레 바퀴 같은 검륜(劒輪)을 펼치고 질풍 같은 속도로

쨍하는 쇳소리와 함께 백봉 주영의 앙가슴 한복판을 찔러 들어갔다.백봉 주영은 날씬한 허리채

를 바람에 휘날리는 꽃잎처럼 살랑살랑 흔들면서, 장검을 가지고도 감히 칼끝으로 매약화 아가

씨의 칼끝과 맞닥뜨리지 못하고, 너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