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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로 다른 사각보다 힘이 약화된 자신의 혈우각이 거사의 뒷전에 물러날 것이 걱

정이었다. 이런 때에는 공을 많이 세워 윗분들의 눈에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강호의 문

파라면 그 문파의 크기가 크든 작든 만약을 위한 비밀 통로를 만들어 두기 마련이다. 위

지가려도 그런 만약을 위한 비밀 통로로 태평장을 빠져나왔다. 어릴 때 아버지가 만약

에 이곳에 불이 나서 빠져나가지 못할 때, 나가라고 가르쳐 준 장롱 뒤의 비밀 통로였다.

그녀가 나온 곳은 태평장의 정문에서 약 십 장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관제묘였다. 그

녀는 이곳을 지나다니면서 자주 보았지만 이런 비밀이 있다는 것에 새삼 놀랐다.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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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그곳에서 태평장의 담장에 서 있는 혈의인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미약하지만

그녀의 귀에 작은 비명 소리들이 들렸다. 그녀는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그리고 살

아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다.머리에서 아버지의 영상이 떠나지 않았지만, 조심스

러운 발걸음으로 태평장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나오니 어떻게 해

야 할지 몰랐다. 겁난을 겪고 있는 집을 뒤로한 채 앞으로 간다는 것도 막막했고 북받

치는 서러움에 움직이던 발걸음도 멈추고 흐느꼈다.그렇게 흐느낄 때 그녀는 갑자기

전신이 굳어지는 느낌에 공포의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어느새 아혈도 제압을 당했는

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도 죽는다는 생각에 마구 눈물을 쏟았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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렇게 나도 이제 죽는다고 생각할 때 상대가 자신을 뒤집었다. 몸이 뒤집힐 때 상대

의 말소리가 조용히 들렸다.”너희들은 누구냐?”문득 위지가려는 목소리가 귀에 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상대의 얼굴을 보는 순간 서러움과 북받치는 슬픔에

마구 울었다. 능풍운의 얼굴이었기 때문이다.능풍운은 마혈과 아혈을 풀어 주고 위지

가려를 업은 채 그곳에서 소리 없이 멀어져 갔다. 아직도 흐느끼는 위지가려의 우는

소리와 떨림이 등과 귀를 통해 전해져 오고 있었다. 능풍운은 일단 이곳 서주에서 빠

른 시간 내에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그들이 누구인지 어떤 이유로 태평장을

지금의 위지가려에게 물을 수 없었다. 무공을 모르는 위지가려로 인해 그의 발걸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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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마방을 향하고 있었다. 마방의 말소리가 울리는 담 밑에 도착한 능풍운

은 위지가려를 내려놓았다.”소저가 무공을 모르니 말을 타고 가야겠소. 말은 탈 수

있겠소?”능풍운의 말에 위지가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어릴 때부터 자주 타 왔

다. 비록 그 일로 장의 사람들에게 많은 눈총을 받았다고는 해도 그 당시의 그녀는

즐거웠다. 하지만 오늘의 일은 아직도 그녀에게 충격으로 남아 있었다. 그녀의 모